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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내 마음의 풍금 seas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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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하면 떠오르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던 한가한 휴일의 봄내음이 그리워서인지,
우면산의 앙상하고 차거운 겨울 야경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 봄에는 계단에 앉아 또 그 전 여름 카페 옆 분수 아래로 내리쬐는 햇빛을 그리워 했었던것 같은데,
장소에 대한 추억의 회상病은 언제쯤이나 없어질런지.


그 안에 있는 토월극장. 아담한 사이즈에 마치 대학로 소극장의 느낌이 난다.
원래 그런것인지 무대에 쓰인 목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은은한 향나무 향기가 아늑함을 더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공공장소’의 향이 참으로 오랫만에 좋게 느껴진다. 너무 편했는지 그 와중에 깜빡 잠들뻔...


땡~하는 종소리와 함께 공연 시작. 주인공 동수역의 강필수의 독백.(이날 공연의 동수역이 이지훈이 아닌게
조금 아쉬웠다. 배우로서의 이지훈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서 한번 보고 싶었는데...나같은 몰지각한 사람때문에
더블 캐스팅의 경우 은근히 스트레스 받을 것 같기도 하다.)
독백이 시작되는 순간 스크린에선 느낄 수 없는 배우의 호흡과 떨림이 오감으로 느껴져서 순간 전율이 오른다.
이런 전율에서 마치 밧데리를 충전시키는 것 같은 에너지를 받는다.
영국에서 맘마미아를 보고 와서 여기 게시판에도 끄적였던 기억이 나지만,
부족한 많은 것들 때문에 ‘배우’로서의 꿈을 접고, 또 ‘뮤지션’으로의 꿈 또한 접고
최종 선택한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어떤 면에선 전자의 것들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통해 감동을 준다는 것, 또 그로하여금 나의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비록 감각기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목적이 같지 않을까? (물론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영역에 너무 많이
낑겨 있어서 제약이 많은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그러한 이유로 ‘비즈니스 마인드’밖에 모르는 촌스러운
일개 기업의 디자이너 따위는 때려치고 디자인의 공공성을 찾음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다시 공연으로 돌아와서, 사실 내마음의 풍금을 영화로 봤는지 안봤는지 가물가물하다.
1999년이면...아마 20살 혈기왕성한 나이에 영화를 보며 딴 짓 거리만 했던것 같기도 하고. 미안해 ^^
어쨌건 기본 스토리야 시골 학교에 부임한 초임 교사와 16살 늦깍이 초등학생과의 짝사랑인 것만큼은 변함없다.
시즌 2에 비해 동수선생이 떠나며 레코드 판을 다른이를 통해 홍연에게 전해주며 마음을 표현하는 씬이
추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알듯 말듯, 할듯 말듯 한 짝사랑의 여운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것이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닌가 싶다. 감상평들을 찾아 보니 대부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는데,
동화라고 하기엔 좀 서글프고, 이 스토리에서도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던 ‘일기장’, 내마음의 풍금은 바로
낡은 일기장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사춘기 시절에 한번쯤 가져봤을법한 짝사랑 이야기. 한참 후 돌아보면
막연히 미소지어지는 그런 사연들. ( 그 무렵 가끔 썼던 내 일기장에는 지금은 아기엄마가 된 어떤 사람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는것 같다. 어딨지?)
그러고 보니 일전에 교생나갔을때 마지막날 자기만은 꼭 기억해 달라며 훌쩍이던 몇몇 아이들의 모습도
오버랩되서 보여진다. 그 친구들의 일기장에도 내가 등장했을까?
난 그래도 후기라도 썼는데 말이야...뭐 그랬던 안그랬던,
어느 뮤지컬처럼 화려한 의상과 무대가 아니더라도 이런 기분좋은 소소한 이야기와 은은한 향나무 향기와
아담한 극장의 아늑한 시너지 효과로 오랫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또 오랫만에 좋은 에너지를 얻어감에 감사한다.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려면 이런 에너지들로 내 자신을 꽉꽉 충전해 놔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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