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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사실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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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말이지...

내가 얼굴만 좀 생겨먹었더라면, 발성이 좀 좋았더라면
난 주저없이 연극을 선택했을텐데 고것 참 유감이다.
내가 음악에 대한 소질이 미술에 대한 그것 만큼만,
그 코딱지 만큼만 있었어도
주저없이 삼시세끼 오이를 먹는 언더 밴드나 극단 밴드를 택했을텐데 고것 또한 유감이다.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재능은 아예 없었음 모를까
것도 예술은 예술이랍시고 어설프게 말라붙은 코딱지 만큼의 열정과 재능이 있어서 그것 역시 심히 유감이다.

엄마는 한때 언론에 오르내리던 전도 유망한 화가였지만 아빠를 만나 조용히~~살고 계신다. 아니 '참고'계신다.
왜 내게 보헤미안의 끓는 피와 찌그러져 사는 인내의 피를 함께 주셨는지,
그러면서 당신이 갖고 있는 재능은 왜 주시지 않았는지 가장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15년된 똥차에 몸을 싣는 연극인,
일년 열두달 단벌 옷의 마이너 뮤지션,
라면만 먹고 배고픈 회화작가.
마로니에에서 다 끊어진 기타줄을 튕기던 거지왕초에게
대학간판을 짊어지고 난 너희와 달라라고 말하는 내 자신이 웃긴다.
사실은 그럴 수 있는 용기와 배짱과 재능이 부러운거잖아?

나도 남들처럼 잭웰치를 존경하고 스티브 잡스를 지향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20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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