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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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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인가..퇴근길에 버스에서 한참을 졸다
눈을 떠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갑자기 반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미 정 들어버렸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한달 동안 겉일은 도맡다시피 해서 애들과 더더욱 많이 부딪혔고

그런 와중에 욕도 많이 하고 때론 발이 나가버릴때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만큼 예쁜, 병아리같은
내 새끼들.

교단에 서기전엔 교사란 직업이 정형화 되어있고 딱딱하고
보수적이고 숨막힐것 같기만 했는데, 이렇게 한달을 보내고 나니
교사만큼 창의성을 필요로 하고 융통성을 필요로 하며 한편으로는 순수한 직업도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고 화려하지만 겉만 번드르하고 돈에 끌려다니며, 그렇기에 공허한 많은 일들보다,
눈에 보이는 아웃풋도 없이 작고 초라하지만 내실있는, 마치 진주같은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공감 절대 안가겠지만, 난 그렇더라.

나야 한달 있으면서 애들하고 빨리 친해지기도 해야했고
큰 잘못해도 발로 몇번 차고 끝내고 사실 그렇게 처벌할 권한도 없으며, 또 그럴 이유도 없고
그야말로 왔다 가는 나그네 신세였기에 어쩌면 애들에게 내키는 데로,
그야말로 영길선생처럼 대한것이 애들이 보기엔 좋아 보였을거다.
그러나 정말 교사가 된다면 절대 그럴 수는 없을것이다.
그리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꼰대 선생이 될것이다.
그렇지만 꼰대들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내 마음을 비교하는건
우스운 짓이다. 가만히 담임선생님을 지켜보면서 그걸 깨닫는데 한달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이러한 깨달음을 나로인해 붕떠 있는 우리반 애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얼마나 이해했을까. 난 가짜고 진짜는 담임 선생님이란걸.

너무 예찬론을 늘어놨나.
그렇다고 딱히 임용을 준비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몰랐던 세상에 대해 접하고 느낀것을 또다른 세상들을
만나는 동안 잊어버리지 않도록,
머리 한구석에 조용히 접어둘 뿐이다.

자기만은 꼭 기억해달라고 수줍게 말하던
내 새끼들..다들 잘 크거라. 사랑한다.

-20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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