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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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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들. 화요일인가..퇴근길에 버스에서 한참을 졸다 눈을 떠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갑자기 반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미 정 들어버렸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한달 동안 겉일은 도맡다시피 해서 애들과 더더욱 많이 부딪혔고 그런 와중에 욕도 많이 하고 때론 발이 나가버릴때도 있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만큼 예쁜, 병아리같은 내 새끼들. 교단에 서기전엔 교사란 직업이 정형화 되어있고 딱딱하고 보수적이고 숨막힐것 같기만 했는데, 이렇게 한달을 보내고 나니 교사만큼 창의성을 필요로 하고 융통성을 필요로 하며 한편으로는 순수한 직업도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고 화려하지만 겉만 번드르하고 돈에 끌려다니며, 그렇기에 공허한 많은 일들보다, 눈에 보이는 ..
사실은 말이지. 사실은 말이지... 내가 얼굴만 좀 생겨먹었더라면, 발성이 좀 좋았더라면 난 주저없이 연극을 선택했을텐데 고것 참 유감이다. 내가 음악에 대한 소질이 미술에 대한 그것 만큼만, 그 코딱지 만큼만 있었어도 주저없이 삼시세끼 오이를 먹는 언더 밴드나 극단 밴드를 택했을텐데 고것 또한 유감이다.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재능은 아예 없었음 모를까 것도 예술은 예술이랍시고 어설프게 말라붙은 코딱지 만큼의 열정과 재능이 있어서 그것 역시 심히 유감이다. 엄마는 한때 언론에 오르내리던 전도 유망한 화가였지만 아빠를 만나 조용히~~살고 계신다. 아니 '참고'계신다. 왜 내게 보헤미안의 끓는 피와 찌그러져 사는 인내의 피를 함께 주셨는지, 그러면서 당신이 갖고 있는 재능은 왜 주시지 않았는지 가장 ..
이것저것. 돌연 제품 네임 변경, 컨셉 변경, 개발 취소까지. 그렇게 밀려난 디자인과 다른 시안들.
california walnut 비록 연매출 2-3천이나 될까말까한 초 구색상품이긴 하지만, 맨날 박스, B2B용 제품이나 만들다가 B2C로 처음 내가 출시한 캘리포니아 호두. 캘리포니아 캘리그래피가 참 맘에 든다. 내가 글씨를 잘 쓴단 생각은 안해봤었는데,,, 앞으로도 자주 써먹어야겠다는 재탕의 의지를 다지게 한다. 10년후에 H양의 디자인 회사를 인수해서 본격적으로 캘리그래피를 공부하기 시작한 세오나를 수석디자이너로 앉히고, D양을 경리로 앉히고, L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K과장님과 로비를 주고받는 캘리그래피 회사를 차리려고 오랫동안 구상중이었으나 (추가:여자 클라이언트 담당 영업 K계장님과 AL K씨.) H양의 회사가 주식회사로 넘어갔다는 소리에 좌절. 사장님이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 김X세가 별거냐. 이빨하나는 나도 만만치 않다...
petitel 쁘띠엘 만들때가 참 좋았다. 알듯말듯 그녀의 미소가 설레이던 화창한 봄날. '쁘'자에서 왠지 수줍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2008. 05.
ice cool 아이스쿨 소다. 처음 디자인 나왔을때 모 이사가 불러다놓고 이건 디자인상 줘야 되는거 아니냐 어쩌냐 설레발이 칭찬을 아끼지 않더니만 매출안나오니까 디자인이 어쩌고 저쩌고... 결국 일년만에 뒤지시고... 콜라를 새로 하라는 말에 은별색으로 하면 좋겠다 싶어 이래저래 하다가 빨갱이는 그냥 구색용으로 해놓은건데 영업에서 보자마자 빨갱이가 제일 좋다고 일사천리로 진행. 초코도 빨갱이고, 딸기도 빨갱이고, 콜라도 빨갱이고... 간첩신고는 국번없이 112
How to be a graphic designer without losing your soul. 작년 여름 영국의 한 책방 구석탱이에서 발견했었던 How to be a graphic designer without losing your soul. 제목이 어찌나 거창하고 나름 나이스 하던지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도저히 해석해서 읽을 용기도 안나고 마침 S양을 위한 멋진 다이어리가 눈에 띄길래 포기했었었다. 몇일 전에 세오나가 인터넷을 하다 이 책 참 재밌겠다 해서 보니 요놈 번역본이길래, 신부장한테 받은 책값으로 이 책 두권을 샀다. 이렇게 뜰줄 알았으면 어무니 몰래 집 담보 잡아서 저작권이나 사 놓는건데 ㅋ 여지없이 안 모 교수의 춧현사가 들어있다. 정 모 교수를 비롯한 안 모 교수의 후예들 모임을 보고 웃겨 뒤집어 질뻔했다는 레이저군의 말이 생각나 조금 열심히 춧현사를 읽어주려 했으나 영~ 찢어버리..
거북알 예전에 윤군이랑 남자 나이 30이 넘어가면 더이상 꿈을 쫓는 일은 힘들다고, 입구녕이 포도청이고 딸린 새끼들이 짐인지라 비굴하지만 더러워도 현실에 굴복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며 각자의 미래를 걱정했는데, 그날 몇시간뒤 B양이 하필, 자기 선배 왈 남자나이 30이 넘으면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몸을 던지게 된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그 사람 오리지날 아티스트지?" "어?어." 난 찌질한 직딩이니 아티스트니. 거북알이 둥글둥글 해야지 왜이렇게 삐죽삐죽해~ 영 아닌데 하는 영업부장에게 '깨진알인데요? 알은 굽던 찌던 날로먹든 깨야 먹을 수 있는거거든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알도 깨지고 봉팀장도 깨지고 나도 깨질것 같아서 닥치고 로고를 둥글둥글하게 만들었다. 변명같지만 정말 조옷~꾸려졌..
tropical 델몬트 refresh하고..한 일년지났나. 어느날 갑자기 델몬트 로열티 주기 싫다는 꼬장에 못이겨 서너시간만에 급조한 트로피칼.. 원래는 델몬트 로고에 맞춰 태양을 형상화한 나름대로 괜찮은 로고를 만들었는데, 유치찬란하신 어떤분의 요구로 몹시도 태국스러운 야자수가 탄생했다. 몇달씩 고생하고도 시안이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저렇게 대충 만들고도 제품이 나갈 수 있다는 현실에 인생무상을 느낀다는...
yo 365 언제 뒤질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걷고 있는 요365 나름 로떼에 없는 심플하고 여성적인 디자인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유치찬란하신 분들의 눈에는 성에 안차는것 같다. 더 눈에 띄는 강렬하고 직선적인 디자인으로 바꾸라는 성화에 하루하루 근근히 버티고 있다. 봉팀장한테 3년동안 일은 이팀에서 제일 많이, 개같이 했는데 이래저래 밟히고 씹혀서 포플을 만들게 없더라는 난 도대체 뭘 한거냐고 쌩꼬장을 부렸더니 특유의 착찹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다 넣으라며 포플은 그리 만드는거라 위로하는 봉팀장.. 차마 양심상 그럴순 없다고 절래절래 했지만, 그렇게라도 말해주는 봉팀장에게 참으로 고맙다. 하여튼 참 착찹한 하루하루.